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파트 경비 무인화 시스템 구축 찬반 투표'가 진행중이다. 각 동대표들과 관리사무소가 발의하였고, 세대별 한 표씩 행사하여 17개 동 약 80여명의 경비원에 대한 감원 여부를 결정한다.
그들의 논리는 이러하다.
1. 아파트 관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관리비 절감이 어렵고, 이는 가게에 부담이 될 뿐더러 아파트 매매, 임대에 제약이 된다.
2. 작년부터 경비원에게도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어 인건비 절감은 더욱 요원하게 된 바,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경비원들에게 하루 2-3시간의 휴식시간(노동시간 산정에서 제외됨)을 주었으나 단지내 곳곳에서 경비원들이 어슬렁거리거나 잠을 자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미관상 좋지 않으며 노동 시간 중에도 근무태도가 태만해졌다.
3. CCTV 설치와 경비인력 최소화로 관리비를 절감하면 그 돈으로 노후시설 수리 등을 도모하여 아파트 가격 상승에 보탬이 된다.
4. 신축아파트의 경우 경비시스템 무인화가 대세이다.
반론과 이에대한 반박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무인 경비 체제는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범죄 사후, 범인검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범죄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비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관리비 절감을 선택한 것은 그러한 위험(살인, 강도, 강간, 납치 등: 실제로 큰 길 하나를 두고 아파트 단지 맞은편 지역에서는 연쇄살인사건, 강도사건 등이 빈번히 일어났다)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2' 인건비 외에 낭비되고 있는 관리비(노후시설 교체, 난방방식 전환 등)를 줄이면 위와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인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인건비로 나가던 돈을 그러한 시설 교체에 사용할 것이다.
3' 경비업무에는 치안유지만이 아니라 가을에 낙엽청소, 겨울에 제설업무, 택배 등의 우편물 대리수령, 쓰레기 정리, 자전거/차량 등의 도난방지, 그 외에 무수한 잔심부름(짐 들어 날라주시, 어르신들 부축하기, 물건 맡아주기, 아이 맡아주기, 열쇠 맡아주기 등등) 업무까지 포함된다. 경비원을 없앨 경우 이러한 업무는 관리사무소에서 도맡아 할 것인가?-> 낙엽청소, 제설업무는 임금 외에 특별 수당을 지급하므로 그 돈으로 용역업체에 맡기면 쉽게 해결된다. 그 외에 잔업무들은 최소인원으로 감축된 경비원이 담당하거나 그 정도 불편은 주민들이 감수할 것이다.
4' 80여명이 넘는 경비원들을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실질적으로는 근무지에 종속되어 있는 시간을 휴식시간으로 돌렸던 관행은 이미 그 자체로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일자리까지 빼앗아버린다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우리 아파트 내에 27평, 32평형에 사는 사람들 자신이 이미 서민이다.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도 수두룩하다. 우리 생계가 위협을 받는데 경비원들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 책상머리에서 이론으로 얻은 논리로 설득하려 들지 말라. 여기 아파트 단지가 기업도 아니고 경비원들의 사정까지 봐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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