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도대체가 생각을 못한 일이다.
그 너르고 깊던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싹 마를 수 있다는 건.
K는 망연자실, 강둑에 내려갈 생각도 못하고 길가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기 우째...!"
안그래도 불툭 불거져나온 입이 헤 벌어져 더욱 도드라졌다.
황강을 막아 합천댐을 세운다는 이야기가 돌 때만 해도
수몰되는 봉계리나 금봉리에 어디 조상이 쟁여둔 땅이 없나만 관심있었지
댐의 하류에 면한 쌍책의 황강 지류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K는 모래뻘에 내려가볼 생각으로 무릎을 짚어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그 곱던 하얀 모래밭은 잡초와 쓰레기로 우거져 옛모습을 가늠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때에 이곳으로 향하게 한, 그의 선명한 기억이 아니었더라면, K는 이 곳이 강이었을 거라고,
이 곳에 쌍책과 초계리의 사람들을 모두 먹이고, 씻기고, 놀리고도 남을만큼 넉넉히
맑은 물이 흘렀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째.. 여까지..."
쌍책을 주름잡던 훈장 댁 막내아들이
요모양 요꼴로 폐가가 된 옛집을 찾을 만큼 시간이 흘렀고,
K도 그 시간을 살아오며 천지개벽은 별 일도 아닐만큼 세상이 변한다는 것도 터득했지만
이곳도 그 가차없는 시간을 겪어왔을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지 못했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K는 생각했다.
'내가 늙은기가..허허'
꼼꼼하고 현실적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가, 무방비 상태로 뒷통수를 한 대 제대로 맞은 것처럼 느낄만큼
쌍책의 시간을 생각지 못한 것을 늙음으로 탓하고는 있었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거의 절대적인 믿음을 가졌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도 있었다.
***
경상남도 합천군 쌍책면
황강의 동남부 지류에 맞닿은 곳
K의 고향인 이 곳은 워낙에 골짝이라 지금도 변변한 도로가 없는 지경이었다.
그가 태어났던 51년은 동란이 한창일 때였지만, 전쟁도 이 곳까지 손을 뻗진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가 군대를 갈 때까지도 K의 아버지의 서당에는 글 읽는 아이들이 복작거렸다.
군에 복무할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제대 후에는 곧장 서울로 직장을 잡은 K에게는
그래서 이 곳은 시간이 멎어 주는 곳, 적어도 느릿느릿 양반 걸음을 해 줄 곳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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